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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저녁︱우리 지역 로컬크리에이터를 소개합니다
김일화 대표의
내가 즐겁고 너도 즐거운
해운대살롱
글︱김지현
사진·영상︱여혜민
인터뷰이︱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 대표 김일화

‘살롱’은 오래전 프랑스에서 성별과 신분의 벽을 깨고 문화와 지식을 나누는 중개소 같은 역할을 했다. 그곳에서는 신분이 다른 이들이 함께 디저트를 먹거나 공연을 즐기고, 문학 작품을 두고 대화를 꽃피우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은 문화와 지식으로 모두가 친구가 되던 그때 그 살롱을 표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카페부터 공연장, 전시관, 강연장까지 매 시즌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곳에서 김일화 대표를 만났다. ‘네가 즐겁길 바라서 나부터 먼저 즐겁겠다’는 다정다감한 상호에서 일찌감치 느꼈듯, 그는 자신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상대와 기꺼이 나누려는 사람이었다.
브로컬리: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 상호를 처음 들었을 때 길고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의미를 담아 상호를 지으셨는지요.
‘살롱’은 문화와 지식을 공유하자는 뜻에서, 앞에 ‘내가 즐거운’은 저뿐만 아니라 오시는 모든 분들이 다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었어요. 즐겁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분, 즐거우세요~’ 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흥이 안 나잖아요. 그래서 저부터 먼저 즐겁게 일하려고 합니다. 이 공간에 찾아온 다른 분들도 함께 즐거워지길 바라면서요. 그러니까 상호 속의 ‘내가’는 제가 될 수도 있고 오시는 분이 될 수도 있겠지요.
브로컬리: 안 그래도 처음 입구에서 맞아주실 때부터 정말 즐거워 보이셔서···(다 함께 웃음) 저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은 매년 콘셉트를 바꾸는 복합문화공간인데요. 가장 처음 진행한 콘셉트는 무엇이었나요?
첫 시즌 콘셉트는 카페였어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공간으로는 카페만 한 곳이 없고요.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 내부
브로컬리: 전시회를 열기도 하셨죠?
네. 첫 번째는 카페, 두 번째 시즌에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했어요. 유화나 모빌 등을 제작하는 지역 작가분들의 전시회를 해운대살롱에서 열었지요. 지금 보이시는 꽃 모양 모빌도 전시되었었던 작품이고요. 그다음 시즌에는 플로리스트로 활동하시는 분을 섭외해 수업을 열고 자체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지요. 주제나 소재가 전부 좀 부드러운 느낌이지요?
브로컬리: 커피, 유화, 모빌, 꽃··· 그렇네요. 카페에서 전시공간으로. 그리고 요즘은 또 새로운 콘셉트로 방문객을 맞고 계신다고요.
올해는 ‘강연’입니다. ‘살롱’이라고 하면 예술이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시즌의 해운대살롱은 강연으로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해운대살롱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느꼈거든요. 특히, 저는 오랫동안 IT 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IT 지식과 관련해 제가 아는 걸 풀어내면 재미있는 강연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브로컬리: 강의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다양한 주제가 있는데 그중 제일 인기 있는 강의 2개만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강의 주제는 쇼핑몰 마케팅과 IT 컨설팅입니다. 관련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중장년층분들께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른 강의 주제는 ‘과연 인공지능과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에요. 인공지능과 인간이 재미있게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많은 분들과 그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인문학적으로도 풀어내 보고 있어요.
브로컬리: 대표님은 해운대살롱 운영 전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잖아요. 회사에 근무하는 것과 이렇게 직접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완전히 결이 다른 일인데, 인생 항로를 과감하게 바꾼 계기가 따로 있나요?
제가 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변화를 당한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회사였고, 이곳에서 더 오래 열심히 일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다만, 지금 아니면 내가 해보고 싶고 하면서 즐거운 일에 도전할 기회가 없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바뀌려면 3가지가 필요하대요. 첫 번째는 늘 보던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을 만나보는 것. 두 번째는 시간을 달리 쓰는 것.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게 아니라 밤을 새우든 아침 일찍 일하든 자신만의 새로운 시간 루틴을 만드는 거죠. 마지막은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 저는 3가지 모두 실천하고 있는 셈이네요. 덕분에 정말로 원했던 일을 마음껏 해보는 중입니다.

브로컬리: 매년 콘셉트를 바꿀 때마다 해운대살롱의 공간 인테리어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해운대살롱은 유연한 공간이에요. 처음부터 시즌제 콘셉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구나 소품, 조명 등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보일 수 있게끔 설계됐어요. 시즌제로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 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의자를 뺐다 넣었다 위치를 바꾸거나 조명 색을 바꾸는 정도의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공간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있거든요. 공간의 디렉팅은 아내가 맡고 있어요. 제가 ‘이번에는 이러저러한 콘셉트로 꾸미고 싶다’고 말하면 아내는 그 콘셉트에 맞게끔 해운대살롱 인테리어의 UX, UI 설계를 해줘요. 방문객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의자 위치를 조정하고, 새로운 콘셉트에 어울리는 작품을 들여오거나 조명의 색상을 바꿔 활동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죠.
브로컬리: 수많은 지역 중 왜 ‘부산’과 ‘해리단길’을 선택하신 건지도 궁금해요.
제일 우선으로 둔 조건은 ‘자연’이었어요. 자연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걸어서 10분 안에 바다도 갈 수 있고 산도 갈 수 있어요. 교통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동시에 조용한 정취도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길 뒤편으로 해운대 구도심의 작은 집들과 멋진 골목들이 많아요. 해운대 앞 번화가들도 좋지만 길 뒤편 풍경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아 여기다!’ 싶었어요. 저희가 처음 왔을 때는 해리단길이 없다가 1년 후쯤 생겨났는데 더 많은 분들이랑 함께할 수 있게 되서 너무 좋았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브로컬리: 해운대살롱을 운영하시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도시 작은 땅 내 집 짓기>라는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주택가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로, 해운대살롱을 직접 지은 경험담을 공유했어요. 해운대살롱은 원래 낡고 작은 단층 건물이었는데, 제가 매주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3층짜리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었거든요. 집을 구매하기 전 확인해야 할 것들, 시공하시는 분들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면 좋은지 알려드리고 ‘우리가 꿈꾸는 생활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실컷 나눴죠. 그때는 해운대살롱을 카페로 활용할 때라 커피를 마시면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클래스에 참여했던 분이 정말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정말 기쁘기도 했고요.
브로컬리: 앞으로 내가즐거운해운대살롱을 통해 꿈꾸는 일이 있나요?
요즘은 해운대살롱의 강연을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작하고 있어요. 대기업처럼 큰 조직에 근무하면 기업이 원하는 강연을 듣도록 지원하지만 해운대살롱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중·소상공인, 학생,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이에요. 강연을 듣고 싶어도 큰 비용을 들이기는 힘든 상황인데, 해운대살롱의 온라인 서비스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처음 도전해보는 낯선 길 앞에 스스로를 내던진 적이 있으니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분들을 돕고 싶었거든요. 앞으로도 해운대살롱을 즐거움과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고 싶어요. (B·LOC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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